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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6-청결

posted Jul 26, 2022, 3:32 PM by hyoo@crevate.com   [ updated Jul 26, 2022, 3:36 PM by Sung Youn PAK]
전염병이 돌 때마다 손 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사실 손을 아무리 박박 씻어도 손이 완전히 '깨끗한' 상태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손을 씻는다. 실제로 깨끗한지는 둘째 치고, 손을 씻으라고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청결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 무언가가 청결하다고 느낄까?

청결은 안팎의 상태를 통칭함
사전을 보면 '청결'이란 '맑고 깨끗함'이다.
'맑다'는 '잡스럽고 탁한 것이 섞이지 아니하다', '깨끗하다'는 '더럽지 않다' 또는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말끔하다'라는 뜻이다.
즉 '맑음'는 내적인 청결, '깨끗함'은 외적인 청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무엇이든 묻거나 남으면 더러울 수 있음
'더럽다'는 '때나 찌꺼기 따위가 있어 지저분하다'라는 뜻이다.
'때'는 '옷이나 몸 따위에 묻은 더러운 먼지나 분비물', '찌꺼기'는 '액체가 다 빠진 뒤에 바닥에 남은 물건'이라는 뜻이니,
'더러움'은 '외부, 또는 내부에 무언가 묻거나 남아서 새것처럼 순수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얼마나 묻거나 남아야 더러운 상태인가? 민감한 사람일 수록 기준이 엄격하다.
같은 때나 찌꺼기를 보고도 누군가는 청결하다고, 누군가는 더럽다고 말할 것이다.
완전무결한 새것이 아닌 이상, 모두에게 청결하게 보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청결은 상대적이다.
미세먼지 '나쁨' 상태의 도심 공기는 물론 누가 봐도 청결하지 못한 상태지만 말이다.

맑은 물은 만물을 씻긴다
청결(淸潔)은 맑을 청(淸)에 깨끗할 결(潔)을 쓴다. 둘 다 물 수(水) 변이다.
청(靑)은 우물가에 핀 푸른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라는 뜻이니, 청(淸)은 물이 푸를 정도로 맑다는 뜻이다.
한편 결(潔)은 오른쪽 부분이 칼(刀)로 목판에 새기듯, 줄(糸)을 꿰듯 굳게 한 약속이라는 뜻으로, '깨끗하다'라는 뜻을 지니므로, 물이 사물을 깨끗이 씻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영어에서도 영혼이 clean할 수 있다
영어로 '청결한, 깨끗한, 맑은'은 clean이다.
고대 영어 clæne에서 왔으며, 짐승에게 이 말을 쓰면 '(예식법에 의해)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 않은'이라는 뜻으로도 쓰였다.
고대 독일어 klein(섬세한, 좋은, 작은)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우리가 '그는 전과가 없어. 깨끗해'라고 말하듯, 영어에서도 clean은 '도덕적으로 깨끗한, 정정당당한'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soul이 clean한 것은 물론 '영혼이 맑은' 것이다.

방은 청소하듯 몸은 위생한다
청결과 관련된 말을 살펴보면, '위생'은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 '청소'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 '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 놓거나 가지런히 바로잡아 정리함'이다.
따라서 모든 위생의 목적은 건강이며, 모든 청소와 정돈의 목적은 청결이다.
몸 안팎에 때나 찌꺼기가 오래 있으면 건강을 해친다. 따라서 건강하려면 청결해야 하고, 위생하려면 몸도 청소/정돈해야 한다.
하지만 더러워지기 두려워 무균실에서 사는 사람은 면역력(몸 안의 더러움과 싸울 힘)을 키우기 어려워 오히려 건강을 해칠 것이다. 또 너무 자주 씻어도 일상생활이 어렵다.
결국 내 방이든, 내 몸이든, 적절한 청소 주기와 정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청소의 두 가지 근거: 청결 감각과 청소 원칙
방 청소를 언제 할까? 손을 언제 씻을까?
어차피 완전한 청결은 없으니 '아, 더러워, 슬슬 청소해야겠네'라는 생각이 언제 드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감각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감각에만 의존하여 청소 주기를 설정하다가는 보이지 않는 먼지를 들이마셔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청소 주기는 사회적으로 약속되어 있다. 적어도 주말에 한번은 집안 청소를 하고, 밥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 한다.
청결에 매우 민감한 사람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청소는 '청결 감각' 대신 약속된 '청소 원칙' 때문에 수행된다.
따라서 청소는 본래 목적인 청결을 추구하는 의식적 노력이라기보다는 그저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더러움-깨끗함의 스펙트럼, before/after
우리는 자신의 '청결 감각'을 의식하고 단련할 일이 별로 없다.
청결 감각을 의식하려면 '더러움-깨끗함'의 스펙트럼이 필요하다.
즉 어떤 공간이나 물체를 '너무 더러운 상태'에서 '완전 깨끗한 상태'라는 스펙트럼 위에 올려놓고, 과연 스펙트럼의 어디쯤에서 내가 그것을 '청소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되는지,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청소 도구 광고는 언제나 before/after를 보여준다. '청결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더러움-깨끗함'의 스펙트럼에서 극단적인 두 부분을 떼어내 보여주면, 그저 일상적으로 청소를 하던 사람들조차 청소의 본래 목적인 청결을 크게 의식하게 된다.

정리하면?
완전한 청결은 없다. 대부분 상황에서 청결은 상대적인 감각의 문제이다.
청소의 목적은 청결이므로, 청소 주기나 정도는 '슬슬 청소해야지'라는 생각이 언제 드는지, 즉 개인의 '청결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청소는 이러한 청결 감각보다는 정해진 청소 주기에 따라 일상적으로 수행된다.
청소 도구 광고가 극단적인 before/after를 보여주면, 사람들의 청결 감각은 잠시 살아난다.

고민해보자
결 감각을 일깨우는 또다른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청소 외에도,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 가운데 본래 목적을 일깨울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