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사는 게 참 녹녹치 않음을 깨닫는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나의 세계에 대한 인식, 타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내 안에서 내 위주로 생각해 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대체적인 나의 성향은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큰 의심없이 곧이곧대로 믿었다. 나역시 타인에게 이야기할 때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깨닫는 가장 큰 것은 모든 사람이 나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새삼스럽게 하는가 싶겠지만, 나는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의도보다는 그 내용에 많이 집중하는 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해서 낭패를 본 적이 꽤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몇 해 전, 나를 찾아온 A라는 사장이 있었다. 놀랍게도 이메일을 보내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내평생에 누가 나에게 이메일로 찾아와서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어리지만, 먼저 사업을 시작했었고 또 본인이 얼마나 잘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었는데, 나는 당연히, 나보다 어리지만 경험도 많은데다 그 당시 사장으로써 잘 못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 스스로도 불만족스럽게 생각했었기에 A의 말을 경청하고, 또 많이 배우고 있다고 실제로 믿었다. A가 했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 회사란 빨리 성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들 회사에 남아있지 않는다. 회사를 합치자.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자기를 믿고 들어와라. 지금 이 이야기들을 써 놓고 보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을 텐데... 그 때는 정말 그 사람이 나를 위해서 이런 조언들을 주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나 나를 찾아온 B라는 사장이 있었다.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리고 사업에 대해서 나보다도 지식적으로도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순간, 나는 몇 해 전 A의 입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B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했다. 회사란 빨리 성장하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빨리 성장하지 않아도 회사는 충분히 존속가능하다. B처럼 유능한 사람이 나와 함께 일해 준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B가 뜻한 바 있고 능력도 있으니 B 스스로 독자적인 사업을 잘 꾸려나가리라 믿는다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그 때 비로소 나는 A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A의 입장이 되고 나니까, A가 말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A는 나를 생각하고 배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 목적에 내가 필요했었던 것이었다. 왜냐면, B를 만났을 때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A처럼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A처럼 말했을 때 내가 보였던 반응을 생각해보면, 내가 B에게 A가 했었던 것 처럼 말한다면 B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A는 자신의 말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자신의 의도대로 이야기를 펼쳤다. 나에 대한 고려 따위는 없었다. 나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것 처럼 느끼게 했을 뿐이다.그런 측면에서 아주 고수지. 이 모든 것들은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몇 해 전 나는 얼마나 어렸던가...어쩌면 어리다는 어리석다의 줄임말이 아닐까? 어쨌든 A는 나를 데려가지는 못했지만, 크리베이트에서 일했던 다른 직원을 데려갔고, 나도 혹했는데, 그 말발이면 나보다 훨씬 어린 애들 후리는 건 사실 일도 아니였을 꺼라고 생각한다. 사업영역에는 Consumer Insight라는 것을 버젓히 써 놓고 있다. A가 무엇을 원했었는지, 왜 나를 찾아왔는지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몰랐다. 내가 너무 어렸었기에..아니 내가 너무 어리석었기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 하면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에 대해서 두 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육체적으로 병들고 고장나고 하면서 서글퍼하거나 또 다른 하나는 지혜를 얻게 된다며 나이듦에 대해서 예찬을 하거나 나에게 나이가 든다는 건 어쨌든 점점 더 복잡하게 사고하게 되는 일인 것 같다. 속마음 - 아이고 복잡해라. 이렇게 의도 따지고, 의심하고 하면 소는 누가 키우나? 꼭 그렇게 복잡하게 머리 굴려가면서 인생 살아야 되는건가? 난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하지 않고, 그냥 심플하게 있는 살았으면 좋겠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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