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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4-유종의 미

제니(민지연)와 란(최예스란)이 퇴사를 하였다. 마지막이라 식사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오전 10시 반쯤 자신들이 정리할 것이 끝났으니 가보겠다고 일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었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이메일로 회사를 못 나오겠다는 사람,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서 메일로 퇴사하겠다고 보내는 사람, 
아침 회의 시간에 나 그만 둘래요. 하는 사람...

일을 하다 보면,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울 수도 있고, 또 싫을 수도 있고 다양한 상황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니고...앞으로도 두 번 다시 볼 일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 서로 잘 되기를 기원해 줄 수는 있지 않은가? 부모 죽은 원수가 아닌이상....그 정도도 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물론 그 일차적인 원인에는 내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나에게 섭섭함이나 어려움등...어쨌든 만족하지 못했으니 이 공간을 떠난다는 것일테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이왕 마무리하는 거 좀 좋게 마무리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일까? 어려서 그런가? 그 나이는 어린 나이도 아닐텐데...클라이언트한테 퇴사한다는 이메일을 보낼 지언정, 함께 1여년 보낸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고 싶다고 생각한 것인가? 

대면해서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서, 글로 뭐가 좋았고, 나빴는지 쓰라고 했더니, 대면할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것이 비인간적이라는 비난의 글을 메일로 쏘고는 가버렸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서, 능력도 인정해 줬고, 
권한을 주라고 해서, 나에게 오는 좋은 기회들도 양보해 줬고, 대학교 강의도 출강할 수 있도록 배려했었고, 
좋은 교육이 있다고 해서 회사에서 지원해 주면서 가서 듣고 오라고 했었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으면, 감안해서 처리하도록 충분히 배려해 줬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을 몰라도 잘해 준 것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보통 헤어지는 상황에서는 잘해 준 것보다 못해 준 게 생각이 많이 난다는데...

뭐가 원인이었을까? 다시 플래시백을 해 보자. 
제니야 있은지 얼마되지 않았고, 온 지 3개월 좀 넘어서 나간 거니까...오자마자 LG로 가기로 한 것 같고...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란은 정말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란의 태도가 바뀐 것을 결정적으로 확인한 것은 2학기 학교 출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때였고, 나는 업무 공백이 커서 2학기에 다시 같은 과목으로 출강하는 것보다 인하대에서 들어온 강의를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대뜸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란이 내뱉았다. 뭥미?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왜 그런식으로 말했을까? 생각해 보면, 학교측과 뭔가 이야기가 오고 갔을 수도 있고...이미 그 때 다른 생각을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시간을 되돌려 보면 처음 입사 workshop때 란은 혼자서 새벽에 빠져나갔다. 나에게 말하지 않고, 모모라는 친구에게 자신은 사정이 있어서 먼저 가겠노라고...사실 입사 이후 그냥 부담스러워서 있기가 싫었다는 것이었다. 그 때 알아봤어야 했나? 
퇴사한다고 했을 때, 붙잡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생각했나? 통상적으로 인수인계가 끝날 1달 까지 근무하는 게 관례인데...본인은 2주 있다 그만 두겠다고 하는 걸 4주라고 이야기 한 게 문제인가? 결국 3주로 이야기 하였다가, 본인이 이야기한대로 2주 2일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뭐 물론 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훨씬 더 싼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하나 차릴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자기가 맡았었던 회사들에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런 건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 

최근 기사를 통해 비슷한 사례를 하나 보았다. 영화감독 김기덕의 이야기. 김기덕이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김기덕의 한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한다. 
어느 감독 지망생을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 자신과 그 제자가 함께 만든 영화 이야기, 그 제자가 자신과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로 해 놓고 자본을 따라 훌쩍 떠난 뒤 메이저의 뒷받침을 받아 스타 감득오로 떠오른 사연, 그 때문에 자신이 폐인처럼 살게 된 일, 그 내용이 보도된 뒤 그 제자를 제자를 감싸 준 자신의 발언...사실 이게 우리 사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김기덕 감독은 배신한(?) 장훈 감독-엄밀히 배신했다기 보다는 지 살 길 찾아간 거겠지, 의형제. 고지전-에게 너른 마음으로 고지전을 배려하기 위해 아리랑 개봉일을 늦춘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봤다. 아마, 장훈이 김기덕에게 좋게 하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벌하게 갔을지도 모른다. 배신에 부르르 떨었던 김기덕이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악인에 대한 이야기들들을 내 뱉은 걸 보면, 그 정황이 이해가 된다. 좋게 갔으면 배신이 폐인처럼 지내지는 않았겠지. 아니면, 너무 믿었거나...그래도, 김기덕은 장훈을 배려했다. 아마 그 편이 장훈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김기덕을 위해서 김기덕의 정신 건강에 훨씬 더 좋을 것 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황은 이렇다. 사실, 김기덕은 대단한 감독이다. 하지만, 그 대단한 감독을 바라보고 간 장훈의 눈에 김기덕의 단점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 김기덕에게 많은 걸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였고, 김기덕 밑에 이렇게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준 사람들이 부추겼을 테고, 망설이다가 장훈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새 길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장훈이 김기덕과 별로 좋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산 하겠다는 제자의 앞 길을 막을 스승이 어디있겠는가? 청출어람 하기를 빌어주겠지. 제대로 된 스승이라면...그런데 아마 장훈은 인간적인 배신을 안기고 떠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김기덕이 부르르 떨었겠지. 그래도, 김기덕은 결국 장훈에게 통큰 마음을 보인다. 물론, 장훈은 이미 아리랑 따위가 개봉해 봐야 자기에게 별 영향이 가겠냐 싶겠지만...물론 장훈입장에서도 풍산개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정도는 있겠지. 어쨌든...같은 상황 처지가 되어 보니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지 않은 친구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할까?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지금에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나름의 상황, 사정...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있었겠지. 내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서로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이해할 수는 없기에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그냥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수 밖에...단, 교훈은 필요할 것 같다. 

내가 다시 사람들을 뽑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능력 있고 인간성은 별로인 사람?  
능력 없는데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 
답은 능력도 좋고, 인간적으로도 매력있는 사람이다. 물론 둘 다 갖춘 사람을 찾기 어렵겠지만...
사실, 능력은 어떻게 볼 것이고, 인간성은 또 어떻게 볼 것인가? Idea - 김기덕과 장훈의 기사를 보여주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어볼까? 
면접 때야 다들 잘 보이려고 애를 쓸테고, 이렇게 사람들이 바닥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어쨌든, 지금까지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더라도 능력이 별로라면 회사에 굳이 있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열심히 하는 것과는 별개로 잘하는 게 중요한 업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능력보다는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능력은 키울 수 있을테니까...노력하면 될 테니까...노력으로 안되는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