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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4 - 마음 상하게 말아야지

무척 배가 고프지만 오늘은 꼭 기필코 끝내고 말리라는 결심으로 회사 규정들을 정리하였다. 오늘, 내일 미루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서야 사후약방인 격이지만, 터지고 나서도 오늘 내일 할까봐 정리했다.  

꽤 오랫동안 정리를 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었는데, 정작 하지 못했었다. 왜 정리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계속 어떤 생각이 나의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그게 뭐였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뭐든 명확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내가 생겨먹기를 별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고 생각도 그렇고 표현도 그렇고 clear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박적으로 clear함을 스스로에게 강요한다. 그런데 내가 왜 이 회사 규정은 그냥 모호하게 두었을까? 성문화하지 않았을까? 

나의 속마음을  생각해 보면 너무 적나라한게 싫었던 것 같다. 인당 얼마, 주당 얼마, 월 얼마...뭐 그런 단위들이  명확하기는 하지만 그게 숫자로 박히는 순간 비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 모호함 때문에 그 모호함을 견디고 해석하느라 에너지를 쏟는 게 더 마음쓰일 수 있는데 그걸 애써 외면했었나 보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늑장을 부린 이유는 뭔가 그런 걸 요모 조모 따지는 것에 대해 점쟎지 못한 행동으로 여겼던 것 같다. 

회사는 조직은 한낱 개인이 죽어 없어지면 없어지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소기의 목적을 위해 영속할 수 있는 유기체이다. 끊어낼래야 끊어낼 수 없는 가족과 다르다. 목적이 같아도 어렵고 힘들면 그 조직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이 어렵고 힘듦을 느끼는 데 태산 같이 큰 일들 때문이기 보다는 엄청나게 사소한 것에서 마음이 상한다. 

내가 먹으려도 남겨 둔 맛난 거 재가 먹었어!와 같이 엄청나게 사소할 수 있는 것에서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우울날들이 지속되어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화장실이 더러워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화장실 휴지가 없어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더러운 컵을 보고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둔 휴지를 보고도 아무렇게나 까 놓은 귤껍데기를 보고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회사에서 산 과자가 맛이 없을 때에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 

어쩌면 커다란 거대 담론보다  더 중요한 게 그런 미시적인 것들일지 모르겠다. 
혹시 이것으로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상하지 않을지 생각하자. 

혹시라도 나도 모르는 사이 상하게 했다면, 빨리 풀 수 있도록 하자. 

1달에 1번씩은 크리베이트 데이트 데이를 만들어야 겠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 점심은 크리베이트 데이트 데이로 정해서 1:1 밀착 데이트를 시작하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