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나오면서 '아 나는 더 이상 회사라는 곳에 다닐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던 결정적 계기 중의 하나가 직장 생활의 법칙 - 직장생활을 하려면 남의 욕하든지 혹은 남이 하는 욕을 들어 주든지...정말 안 그런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작아도 작은 나름대로...나는 정말 정말 싫었다. 욕하는 것도 싫고, 욕 하는 거 받아주는 것도 싫다. 어떻게 뒤에서 사람을 욕해? 같은 도덕적 고매함 때문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던가? 정말 싫은 사람은 그런든지 말든지인데...관심 밖이고, 욕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아깝기 때문이다. 시간도 아깝고 돈도 아깝고...그래서, 사실 나는 누구 욕을 잘 하지 않는다. 잘 하지 않았고, 앞으로 잘 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관심 없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건 내가 하지 않더라도, 어짜피 누군가가 하는 욕을 옆에서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헐? 대박? 이런 리액션까지 섞어가면서...이거 안들어주면 왕따 당하기 쉽상이다. 그래서, 한 때 자발적 왕따를 자처하기도 했지만...특히 상사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욕을 들어줘야 할라치면 이건 뭐 집에 가지고 못하고 듣기도 짜증나는 것이...그래서, 나는 회식 불참, 칼퇴, 말 없고 조용한 캐릭터로 일코하고 살었더랬다. 내가 하는 욕은 풀어지기라도 한다치지만, 남의 욕을 듣고 앉아있으면 그거 만큼 고역이 없다. 사실, 남의 욕하는 사람들이 조언을 바라고 남의 욕을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맞장구쳐달라는 뜻이지...그런데, 그런 맞장구를 안쳐주면 넌 안 그래? 라는 눈초리로 너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이게 꼭 회사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좁은 사회에서는 항상 이런 식이다. 학교든 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벤쳐든, 교회든 절이든, 유학생 커뮤니티 같은 곳도 예외가 이니다. 오죽했으면, 남 욕하고 욕하는 거 들어줘야 하는 건 어쩌면 커뮤니티의 특성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으니까...사람 사는 세상에 웃고 울고 기쁘고 슬프고 감정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남을 욕하는 행위는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기 이전에 나의 에너지를 무척이나 빼앗기는 아주 해로운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마냥 남 욕하지 맙시다.가 아니라 왜 이렇게 남의 욕을 할까?로 질문을 바꾸고 나니 좀 흥미로운 지점이 생겼다. 왜 욕을 할까? 그건 사소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그런데, 나의 감정이 꽤 정당하다는 백업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증거들을 들이대기 시작하니까 이야기가 커지고 또한 감정이 증폭되고 하면서 더 미워지고...미워한다고 내 뱉는 순간 내 머리속에서 정말 미워하는 것으로 redefine되고 그래서 더 미워지고 악순환의 고리를 도는 것이다. 그런데, 악순환의 고리의 시작이 어디인가? 바로 엄청나게 사소한 그것. 그 사소함으로 비롯되지 않던가? 그래서, 그 사소함을 뭐라고 이름 붙일까? 고민해 봤더니...그 사소함은 바로 빈정인 것 같다. 누군가가 내가 이야기하는데 표정이 이상했어. 내가 말하는 데 등 돌리고 앉았어. 뭐 이런 건 너무 사소해서 말하면 뷩신 되는 거고, 말 안하자니 자기가 바보되는 느낌이고 그래서 그 빈정을 core로 계속 잘못을 덕지덕지 붙여서 마침내 그 욕하는 대상을 악의 화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 그 핵심은 빈정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교훈은 빈정 상하게 하지 말자이다. 남의 눈치를 열라 보자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조금만 주의하자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나의 말한마디, 눈짓, 몸짓으로 그는 빈정상할 수 있고, 이 빈정이 언제 나를 악의 화신으로 만들어서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빈정 상하게 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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