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Crevate]‎ > ‎7.CEO talk‎ > ‎

2015.09.11-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

사람들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다. 그래서 합리성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그렇지 못한 인간을 탓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 그걸 데니얼 카너먼이 밝혔다. 덕택에 심리학자인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행동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었다. 세상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면 학문을 하나 만들까...
그 이후로도 계속 행동경제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행동 경제학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카너먼이 말한 핵심적인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사람은 기억하는 자와 경험하는 자아가 있다는 것이다. 내시경과 같은 고통스러운 것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한 그룹에게는 내시경의 시간을 길게 하는 대신, 마지막 1 분의 고통이 좀 덜하게 하였고, 또 한 그룹에서는 내시경의 시간을 짧은 대신, 마지막 뺄 때 비교 그룹보다 더 고통스럽게 했다. 두 그룹에게 다음에도 내시경 검사 받을 사람하고 물었는데...생각해보면 내시경 한 시간이 짧았던 그룹이 그래도 더 많을 것 같지만, 답은 의외로 내시경의 마지막 경험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가 다른 것이다. 경험하는 자아 입장에서 보면 고통 시간이 줄었을 때 의미 있을 것 같지만, 기억하는 자아 입장에서 보면 최종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달리움직인다. 결론은 우리는 기억하는 자아라는 거다. 

오늘 아침 한시간이나 일찍 미팅 장소에 도착하였다. 평소같으면 미팅 시간 한 시간 일찍 온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늦게까지 작업에 새벽에 잠들었는데 선율이가 집요하게 나를 괴롭혀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또 아침에 정말 너무 정신없이 밥을 차려주고, 내가 할 것을 하고 늦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뛰어나온 것이라 한시간 일찍 도착은 너무나 황당한 사건이었다. 어이없고 하고 있을 즈음 나는 떠올렸다. 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 그래 나는 그 전쟁같은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다 무려 한시간이나 일찍 왔다. 그런데, 기억하는 자아를 어떻게 움직일까? 나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해서 저장할까? 가 생각났다. 불쾌한 기억으로? 나는 왜 정신이없을까 나를 탓하는 기억으로? 한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미술관 구경이라도 할까 하는 여유있는 기억으로? 그 순간 생각이 들었다. 아우슈비츠에 가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고 그 차이는 바로 기억하는 자아에 달려 있겠구나.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따라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이 완전히 달라지겠구나. 결국 경험하는 자아는 센싱하는 자아이고, 그 센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기억하는 자아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태로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그런데, 인간은 그 해석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을 수 만가지로 기억할 수 있겠구나.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라고 이야기 하는 말은, 기억의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구나.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픽사영화에서도 보면 어떤 사건을 감정이 포장을해서 기억 저장고로 보낸다. 감정과 기억은 연관관계가 있다고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감정은 따지고 보면 기억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은 기록과 달라서 기록은 팩트에 가깝지만 기억은 그 팩트에 감정을 더 해서 내가 해석하고 있는 상태였구나. 
와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을 연결되는, 퍼즐이 맞춰지는 이 느낌은 항상 너무 기분 좋은 느낌이다. 와우 느낌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요즘 심하게 달리고 있다. 허리가 나가고 사람들이 나가고 내 정신도 나가고...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입에 붙어버렸다. 나도 이런게 무지하게 싫지만 내가 컨트롤 하기에 한계가 있다. 시간이 있는 것으므로 지속된다고 하면 못하겠다고 쓰러지겠지만..나는 이 사태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시간과정신의 방에 있었다고? 끝나겠지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런 걸 생각하려면 내 인생 전체에서 이 사태를 어떤 의미이고 이 사태 후에 나는 또 어떠해질지 뭐 이런 복잡다단한 생각 이후에 결론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가도 또 순간적으로 그래도 이렇게도 해봤구나 하는 마음도 있고...어쨌든 나는 이걸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기억으로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억은 내 인생에 한 번으로 족하니까...막연히 좋게 생각해야지의 주문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 부여를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