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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허선

(오늘 말고 저 간 다음에 읽어주세요.. 넘 쑥스러우니까요.......허허) 



크리베이트 여러분!

길 것만 같았던 6개월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벌써 이렇게 굿바이 인사말을 쓸 타이밍이 왔네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많이 고민이 돼요.. 왠지 긴 글이 될 것만 같은 기분.. ;

아직도 크리베이트 첫날의 기억이 생생해요. 유리방에 다들 모여주시고 인사를 나누던 순간의 그 설렘과 떨림을 말이죠. (그 때 누군가가 형우님을 아이유 삼촌팬이라고 소개해주셔서 아하! 하고 넘어갔었던거구요..ㅋㅋㅋ..) 그 날 성연님이 제게 크리베이트에서의 성공을 정의한다면? 하고 물어주셨는데, 음.. 제가 뭐라고 답했는지 다시 되새기기 좀 창피해요. 너무 제가 크리베이트에서 가져갈 수 있는 성공만 얘기 했던 거 같거든요.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순간, 그제서야 내가 배워갈 것, 가져갈 것만 생각했다니 역시 난 너무 이기적이구나 다시 한번 깨닫고 크리베이트에도 내가 있었음으로 인해 무언가 좋은 영향을 주고 갈 수 있길.. 바랬었어요. 그리고 반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오늘 제가 크리베이트에 좋은 영향을 주었을까? 자문해보니 실은 그게 제가 정의할 수 있는 성공은 아니었네요. 그치만 말 뿐일지라도 :) 아쉬워요 가지 마세요 얘기해 주신 여러분이 있어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고 마무리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크리베이트에서도 성공이라면 넘 다행이구요!) 사실 그런 반응을 보여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해서 정말 깜짝 놀랐고 너무 감사했고 감동이었어요.. 눈물 날뻔.. 흐..

대부분의 인턴 구하는 대학생들이 그렇듯, 저도 처음엔 단순히 좋은 경력이 되겠다. 휴학하는 기간의 좋은 기회다. 라고 생각하고 크리베이트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반년이 지난 지금, 저는 크리베이트를 제 인생에 찾아온 또 한번의 "신의 한
수"라 부르겠습니다.. 흐흐

크리베이트에서 6개월을 보내기 전의 제 자신과 지금의 제 자신이 너무너무 다른 사람 같아요. 어느 순간부터 도전하고 싶은 것도 꿈꾸는 것도 없었고, 의욕은 물론이었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지만 실은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자존심도 많이 상해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최근 몇 년은 여러가지 개인적 상황으로 한참 멘붕도 왔었고..
그런데 크리베이트에 와서 너무 스마트한 여러분들과 같이 협업하고 생활하고, 너무 흥미로운 일들을 하고.. 하면서 엄청난 자극을 받았어요. 멍- 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매일같이 느끼며 “너무 재밌다! 너무 멋지다! 이런 회사에서 이런 분들과 내가 일하고 있다니!”
라는 기쁨과 동시에 “아...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그냥 애 구나.. 내가 저분들의 나이가 된다고 과연 저만큼의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우울하고 속상한 기분으로 퇴근한 적도 많았던 것 같고... 크리베이트에 와서 크리베이트 여러분이 너무너무 좋아지고, 좋아지니까 친해지고 싶고.. 그러니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하지만 그 기분들조차, 무언가 원하는 것이 생기고, 스스로 발전해 가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는 증거인 것 같아 결국에는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다가올 내일이 기다려지고 제 미래가 궁금하고 그래요. 제게 정말 운명처럼 다가온 크리베이트에서 너무 많이 배우고 많이 즐거워하고 감동스러워하고 또 많이 속상해하기도 하면서 제 자신은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제게 이런 기회를 주신 크리베이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크리베이트가 작은 회사 특유의, 또 크리베이트 특유의 확실한 장단점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6개월간 “우리 회사”라 부르며 그동안 크리베이트에 대한 애정은 무한히 자라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크리베이트가 앞으로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또 확실히 조직의 내부에서는 나오기 힘든 얘기인 것 같기도 해서.. 제가 느꼈던 부분들을 조금은 얘기해 볼까 싶어요. 무식하니 용감하다고.. 그렇게 생각하시고, 부족한 부분이 많이 드러나도 이해해주세요.

음.. 모두들 알다시피 크리베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사람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문화에서의 시너지. 라고 생각해요. 그치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여러모로 너무 애매한 느낌이랄까? 성연님께서 지금은 대표님이신가? 지금은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동료이신가? 헷갈렸던 적도 있었고, 아.. 지금은 좀 대표님이셨으면 좋겠는데.. 아니, 지금은 다시 동료 모드로 돌아와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했던 경우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 가족적인 분위기인데 사실은 모두 맘 편히 속을 내놓고 있지는 않은 느낌에 어색함을 느꼈던 적도 있었던 것 같구요. 성연님께서 수평적인 문화를 주도해주신 덕에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admin/operation관련한 부분에서는 서로 불편한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게다가 존칭을 쓰는 문화에, 술자리도 있지 않고, 사람들끼리 밖에서 따로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하지 않으니 그런 부분이 해소될만한 기회가 없는 것 같구요. 보통의 회사가 작을 때 당연히 생기는 문화들이 크리베이트에는 없고, 그렇다고 큰 회사 특유의 문화도 없고.. 무언가 계속 비는 느낌이에요. 평소의 회사가 casual하니까~ 라는 생각에 그 이상의 casual한 자리나 장소가 안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구요.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는 casual하니까~ 라는 생각에 formal해야 할 경우엔 또 충분히 formal하지 못한 것 같구요.

공간적으로 보면 지금 회사의 공간들이 너무 casual하고 가족적인 문화를 push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개인만의 공간은 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테라스에도 나갈 수 없는 겨울의 경우 더),, 그래도 그건 따뜻한 계절이 오면 위층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해요.

음.. 또.. 물론 융화적인 문화가 가진 장점이 있고, 그 장점이 지금의 크리베이트를 만든 것이 분명하지만. 작은 회사로 끝날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더 큰 꿈을 꾸는 회사라면 작기 때문에 admin/operation 관련된 일은 오히려 더 organized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게 무너지는 순간 회사의 권위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어요. 여러 번 이슈가 제기되긴 했었지만 FTP와 근무시간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아야 할 것 같고.. 또, 지금은 현민님이 안계시는 바람에 성연님이 모든 admin을 맡고 계시지만 admin 담당자가 대표님이 되어버리는 순간 성연님은 할 일이 너무 많아지시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장벽이 생겨버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사람을 더 뽑으시면 admin은 역시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금요일 점심의 청담동 맛집 투어, 제가 금요일을 사랑하던 이유이기도 하고…:) 무지 좋은 문화지만 still not enough! 인 느낌.. 말로만 하지말고 가끔은 정말 가까운 곳이라도 mt를 간다던가, 어떻게든 조금 더 casual한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때로는 회사 안에서 직원들끼리도 밖에서 편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사실 지내다보면 너무 당연히 서로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데.. 가끔 부딪히는 일이 있을 때 사무실 안에서 둘러 앉아 가졌던 시간이 저는 별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왜냐하면 아무리 수평적 관계라고 해도 성연님은 여전히 대표님이시기때문에 모두가 다 같이 있는 그 상황에서의 토론이 자칫하면 회사, 또는 대표님에 대한 loyalty issue처럼 잘못 비춰질 수도 있고, 또 의견이 대립하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상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인지라 굉장히 예민해지고 민감해 질 때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보니 늘 결론은 흐지부지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 지어지지만 사실 진짜 issue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느낌?? 그리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상한 감정이 풀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잖아요. 그리고 그 감정이라는 게 자꾸 외면하고 속에 쌓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선택을 하게 만들고요. 크리베이트에 조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머리로의 조율이 아닌 감정으로의 조율? 저는 크리베이트의 가장 강점은 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의 인력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그리고 더 좋은 인력을 많이 모으기 위해,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회사 자체의 업무나 컨텐츠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홍보하는 방향과 동시에 다른 부분도 더 개선되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훌륭한 고급 인재들인데, 사실 많은 페이를 원하고 일하고 계시는 건 아니잖아요, 비전도 있으신거고, 크리베이트의 문화를 appreciate하시는거고.. 물론 지금 다희님만 1년이 넘으셨지만 야근을 할 경우에도.. 대기업처럼 금전적인 부분을 맞춰서 하지 못한다면 그의 대체제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과하게 야근을 하게 된 경우라면 외부 프로젝트가 끝나고 조금 한가할 때 오후 근무 오전 근무만 할 수 있는 일수가 생긴다던가.. 사실 이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아직 사회생활을 해본적이 없어서 이거야말로 모르니까 이렇게 무식하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것 같아 지금도 쓰면서 나 지금 완전 웃기는 거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좀 쫄아 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완전 naïve한 제 시각으로는 멜론 때 야근 많이 하면서.. 나는 인턴이니까 일 많이 시켜주시면 그저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정직원이라면??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을까? 무얼 위해서? 라는 생각도 곰곰이 해봤거든요. 음.. 제가 특히 평소에 일과 삶이 분명히 구분 되는 개념을 선호해서 이렇게 말하는 걸 수도 있지만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뭘 모르는구나 싶으시다면 그저 웃고 너그러이 넘어가주세요..)

하지만 역시 모든 건 의지의 문제라고, 크리베이트만큼 발전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또 그를 위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훌륭한 집단도 없으니,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헤쳐가셔서 언젠가 선율이와, 또 미래의 형우 junior.가 다닐 학교도 세워질 것이라고, 전 세계인의 손에 아이디어 카드가 들릴 날 도 올 것이라고 믿어요.

그간 가끔 찾아오던 금요일의 은혜받는 시간에…. 정말 과분하고 과분한 칭찬을 많이 받아 기분이 참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런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나…싶어서 집에가는 길엔 마음을 가라앉히고 되새겨보며 그렇게 되도록 발전하라는 의미로 알아들어야지 다짐하곤 했어요. 마지막까지 제게 많은 support를 해주셨지만 전 제가 그만큼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크리베이트에 있는 동안 더 기여하지 못해 너무 부끄럽고 아쉽습니다. 당연히 제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제 또래에 더 깊은 생각으로… 무딘 칼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은 약속된 6개월이 다하는 이 순간. 아쉬움이 정말 많아요. 7type도 책이 나오고 idea card는 사레집까지 나올거고 홈페이지도 다시 열거고.. idea card무료 앱도 곧 만들거고… 그래도 조금이나마 제 손을 거친 product들이고.. 마음으로 아끼는 것들인데 그 완성을 같이 지켜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 제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하네요. 그리고 정말 저는 성연님의 팬이고 다희님의 팬이고 형우님의 팬이고 승구님의 팬이고 세미님의 팬이거든요. 빠순이 본능이 여기서 발동하는중..크크.. 더 나누고픈 얘기도 많고 듣고 싶은 얘기도 많고, 승구님 형우님 만담도 계속 보고싶고 세미님 재밌고 귀여운 동작들도 보고 싶고 다희님 특유의 달콤살벌한 매력도 더 보고 싶고… 쏘맥설.. 아래층이 안나왔어설에 이은 성연님의 또 다른 설들도 듣고 싶고 흐흐 ….. 더 제 자신을 보여드리고도 싶고…. 무튼 더더더더 많이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말이죠… 크리베이트를 돌이켜본다고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절 향해 웃어주시던 그 표정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래서 제 마음을 쎄- 하게 만드네요.

역시 이별이라는 건 언제나 마음 아프고 힘든 일인가봐요.. 시간이 지나면 느낌이 되게 이상할 것 같아요. 크리베이트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할 것 같고..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들을 하고 계실까 궁금할 것 같고.. 사실, 정해져있던 시간으로 끝내겠습니다- 하는 선택이 한 45:55에서 55가 이긴 느낌이긴 해서 끝까지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하지만 제게 또 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은 크리베이트에서 배울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가치를 줄 것이다 라는 생각에 100%의 확신을 갖진 않았지만 나름의 선택을 하고 이렇게 오늘 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예쁘게 봐 주시고 아무 것도 모르는 22살 23살 저를 존중해주셔서 늘 감사했어요. 이후의 제가 어떠한 가치관으로 어떤 삶을 원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크리베이트를 다시 만날 날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날이 오면 그 땐 지금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의 제가 되도록 열심히 지낼게요.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하트뿅뿅♥♥ 


크리베이트를, 그리고 여러분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선 드림. 


P.S. 언제 한번 홍콩으로 놀러오세요 흐흐..
P.S.2. 쓰고 보니 너무 기네요……………잘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해요……
P.S.3. 다 쓰고 올릴 생각하니 슬퍼요 흐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
sheo@crevate.com,
Feb 1, 2013, 6:0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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