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워크샵 후기
Day-1
엔진과 함께 런던에서 진행된 이번 워크샵은 인천공항에서 일주일간 함께 할 동료들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이미 과제로 여행자들의 교통수단에 대하여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이 공지되어 있었고, 이번 워크샵의 주제가 여행자들의 trans-portation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항에서의 체크인에서부터, 대합실에서의 대기하는 모습, 그리고 1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비행 속에서 서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막연한 경쟁심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공항 곳곳이 사진촬영 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을 잊고 너나 할 것 없이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였고, 날카로운 관찰을 시작하였다. 워크샵이 협력과 조화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간단하고 명백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일부는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자연스레 서로 친밀함을 보이며 라포(rapport)를 형성하였다.
Day0 - 런던에서의 첫날
런던에서의 첫날의 일정은 도심 관광으로 시작되었다. 런던시내를 헤매면서 느낀 것은, ‘런던사람들은 참 많이 걷는다’는 것이었다. 런던의 교통상황은 서울처럼 좋지 못했다. 마치 한국의 어느 시골을 간 것처럼 버스를 이삼십분을 기다리기는 예사였고, 그 유명한 런던의 지하철은 열악하다 못해 주말에는 운행을 아예 안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해지고 나면 어느 버스가 끊길까 무서워 일찍 숙소로 돌아와야만 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대중교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용이 너무나도 비쌌다는 점이다. 1-2존 내에서 왕복 지하철이 5파운드를 넘었으니 한국 돈으로 만원에 가까운 돈이 매일 교통비로 지출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걱정되는 것은 그 고상하고 스타일리시하다는 런더너들의 삶의 질이었다. 런던의 월급쟁이들은 어떻게 살까?
Day1 - 엔진과의 첫날
아 침이 되어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 우리들은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엔진과의 워크샵에서 기죽지 않기 위해 아침밥을 든든히 채워넣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을 하고 엔진 직원이 호텔로 오기를 기다렸다. 숙소에서 엔진까지의 길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웠다.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언뜻 봐서는 기억하기 쉽지 않은 도로시스템은 마지막 날까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워크샵 장소까지 걸어가는 길은 가깝다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20-30분정도가 걸렸다. 이 길을 일주일 내내 걸으며 우리는 ‘런던의 교통난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점을 분명히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엔진의 소개가 끝나고 참가자들과의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조를 정하여 주제를 잡았다. 우리의 주제는 포화상태의 런던 대중교통을 해결하는 것. 너무 모호하고 넓은 주제였기 때문에 우리 조의 리더였던 테오는 주제를 좁혀, 런던의 대중교통이 부담하는 운송량을 경감하는 방안을 세부 주제로 정하였다.
Day2 - Discover
첫번째 단계는 discover,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을 것인지 파악하는 단계이다. 우리는 a day in the life와 observation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런던의 회사원이 되어 통근시간의 대중교통을 체험하기 위해 러시아워의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테오는 안전을 이유로 러시아워가 아닌 9시 이후의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권유하였다. 지하철을 통해 런던 시내로 진입하고, 목적지로 삼은 오피스 area까지의 여정은 약 1시간이 걸렸다. 타워브리지 근처의 숙소에서 런던에 출근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지하철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약 10분, 그리고 지하철이 20여분, 이후는 끊임없이 걸었다. 이것이 일반적인 런더너의 통근인가? 테오는 자신의 집은 런던 외곽에 자리잡고 있고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삼은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변화하는 오피스 환경을 관찰하기 위해 British library를 방문하였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Paddy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오전의 관찰과 오후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것은 런던의 교통상황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포화상태라는 점이었고, 더 이상 런던의 교통을 손대는 것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제 3의 방안을 찾아야 했다.
주제는 transportation이지만 transportation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transportation을 변화시켜야 하는가? 우리는 질문을 바꾸어 제 3의 해결방법을 내놓기로 하였다. (이부분에 약간의 불만이 제기되었다. 워크샵을 진행하는 쪽에서 미리 이러한 시나리오를 정해두고 유도하려고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의 워크샵이라는 한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Day3 - Define
Alternative 탐색하기
우리는 문제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User journey map을 그리고, touch point를 분석하였다. 맹렬한 토론을 통해 수십 개의 포스트 잇이 쏟아져 나왔고 이는 주제에 따라 재분류되었다. 또한 인터뷰를 통해 만난 Paddy를 모델로 하여 Teddy (bear)를 우리의 persona로 설정하였다. 그는 런던의 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자전거를 타고 매일 출퇴근하며,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업무특성으로 인하여 굳이 사무실에 정시에 출근할 필요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클라이언트와 만나거나 회사의 미팅을 위해 회사에 나와야 하는 것이 pain point로 나타났고, 특히 클라이언트와의 만남에서 옷차림과, 컴퓨터, 자료 등을 챙겨야 하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는 그의 이동패턴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했다. 이동할 필요가 없이 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위한 이동수단이었다. 우리는 커다란 종이에 아이디어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한 소통은 서로의 아이디어에 제약을 주지 않았고, 이러한 과정 속에 창의적이고도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종이에 text가 아닌 image로 작업하는 것은 분명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브레인스토밍의 과정에서 인센티브가 있었다.) 커다란 종이에 가득 채운 아이디어를 서로 돌려보며 더 좋은 아이디어를 덧붙이면서 좀 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로 가공되었고 이를 통해 약 스무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벽에 붙게 되었다.
Day4 - Develop
우리가 만든 여러 아이디어를 벽에 붙여두고 토론하였다. 토론의 방식은 이게 좋다 나쁘다의 방식이 아니라 서로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에 그 이유를 제시하고 투표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서로를 격려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뽑는다는 점에서 워크샵에 적절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서로의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며 추천을 하는 동안 아이디어는 2-3개의 키로 압축이 되었고, 이를 우리는 하나의 컨셉으로 다시 정리하였다. 우리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office van이었다.
Office van은 말 그대로 van을 하나의 교통수단이면서 사무실로 만드는 아이디어였다. 이는 Teddy가 원하는 두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아이디어였다. 이를 위해 브리티시 도서관에서 관찰하면서 나온 대안 사무실의 개념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통근자들을 관찰한 사실이 결합된 결과였다. 자 이제 검증해야 할 문제는 분명해졌다. 과연 Office van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팔릴 것인가? Teddy 역할을 맡은 진만씨는 Teddy의 입장에서 자신의 하루를 기술하기 시작했고, 다른 조원들은 그에 따라서 Teddy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Teddy의 시나리오에는 people, action, things, organization 등의 요소가 포함되었고, 이를 토대로 실현가능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인지 검토되었다.
카드보드를 이용한 시제품 만들기, 역할놀이를 통한 시나리오 검증, 레고를 통한 검증 세 가지 방법 중에 레고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아이디어로 나온 결과물이 버스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카드보드로 셋트장을 만들기는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보고서작성을 위한 사진촬영과 컨셉 검증을 위해 레고를 선택하였다.
Day5 - Deliver
이번 워크샵의 PM이었던 Ross의 말에 의하면 최종 보고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이 바로 실행 가능한 형태로 주어져야 한다. 우리조는 Teddy의 하루 일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것이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하였다. 보고는 간단하게 이루어졌고 일주일간의 엔진 워크샵은 그들의 노하우를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경험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After a Week
워크샵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두가지 질문은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가’ 그리고 ‘엔진의 무엇이 특별한가’였다.
서비스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이 가능한가? 디자이너의 그 특유의 발산적 사고가 서비스 디자인영역에서 디자이너의 강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면, 엔진의 4D의 단계 중 develop과 deliver 두 단계로 그들의 역할을 제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의 발견,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총체적인 맥락의 이해는 디자이너 뿐만이 아닌 다 학제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특히 사회학이나 인문학에서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서비스디자인의 전반부에서 그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디자이너만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그 서비스 디자인이 힘을 발휘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따라서 서비스 디자인의 영역에서 다학제간 접근을 이끌어내야 하며, 디자이너만의 경쟁력을 그 안에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 질문, 엔진의 무엇이 특별한가. 엔진에서 제시하는 여러 tool은 이미 글로벌화되어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도입하여 이미 활용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따라서 그 기법에 특별한 변별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러한 의문은 엔진의 사례연구를 위해 출석한 Alex나 Joe를 붙들고 여러 질문을 하게끔 만들었다. 특히 Alex는 엔진 내에서 방법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Joe는 엔진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Joe의 경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는데, 엔진의 특별한 노하우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there is no magic tool'이라고 답하면서 툴은 이미 세계화되어 있고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그것이 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활용할 수 없다고 답하였다. 이는 현장에 나갈때마다 깊이 실감하였던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이 워크샵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이러한 의미를 같은 툴을 사용하는 여러 참여자들의 이견을 통해 찾게 되었다.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참여자들이 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는가. 결국 이러한 차이는 tool은 하루아침에 개발되거나 전수될 수 없으며,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은 장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훈련을 통해 양성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확신하게 해주었다. 엔진에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장기간의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인력의 유지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