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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0-콘텐츠의 미래

posted Jun 10, 2018, 10:20 PM by Sung Youn PAK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494803&memberNo=29566044

“결국, 모든 것은 연결에 달려 있다.” 콘텐츠의 미래입니다.

CEO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세미나에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강사가 한 저자의 책과 출판 관계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했습니다. 저자는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이라는 처세 3부작을 쓴 로버트 그린이고, 출판 관계자는 종합출판기획사를 운영하던 주스트 앨퍼스입니다. 그린의 역량을 눈여겨본 앨퍼스가 그의 책을 전 세계에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장시킨 이야기였습니다. 이처럼 좋은 콘텐츠도 책이나 강연과 같은 판, 그러니까 일종의 플랫폼이 있어야 고객과 연결되어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결이 만드는 콘텐츠의 미래
<콘텐츠의 미래>는 제목 그대로 콘텐츠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콘텐츠가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더 이상 확산되지 않으면 그대로 죽은 콘텐츠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훌륭한 콘텐츠는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콘텐츠의 미래>의 골자입니다.

애플을 한번 살펴볼까요. 대학을 중퇴한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과 함께 창업한 애플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혁신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초기에 내놓은 애플 투(2) 컴퓨터나 매킨토시도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미친 듯이 멋진 제품들이었죠. 그런데 결과는 영 딴판입니다. 아이폰과 같은 i시리즈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30%를 넘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매킨토시와 같은 제품은 10% 미만에 그치며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매킨토시나 아이폰은 모두 기술과 디자인에서 뛰어난 혁신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매킨토시를 만들던 시절의 애플은 제3의 개발자가 자사 제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닫힌’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아이팟 이후에는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올릴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활짝 열어 둔 것입니다.

콘텐츠는 그저 잘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콘텐츠는 생산하기만 하면 저절로 유통되고 확산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활용하고, 공유하며, 나아가 사용자도 만들어 올릴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입니다. 개발자와 고객, 고객과 고객, 디자이너와 사용자를 연결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성패가 갈립니다.

애플의 사례는 <콘텐츠의 미래>가 제시하는 주제를 관통합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확산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며, 이것이 바로 ‘콘텐츠의 함정’입니다. 대부분 사람이 좋은 콘텐츠에만 집착해서 확산과 성공의 기회를 놓칩니다. 그래서 애초부터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콘텐츠를 어디에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콘텐츠와 사용자, 콘텐츠와 제품, 콘텐츠와 기능을 잘 연결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콘텐츠의 미래>가 주는 교훈입니다.


사용자, 제품, 기능과 연결된 콘텐츠
<콘텐츠의 미래>는 전 세계 콘텐츠 혁신 기업들의 사례를 다채롭게 담았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결 비즈니스를 내놓듯, 중국의 텐센트는 메시징 서비스를 기반으로 스카이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서비스에 사용자를 연결해 가면서 성공적인 다각화를 이뤄냅니다. “이러한 연결 관계를 알아내고 만들어서 그 관계를 반복적으로 수익 창출에 활용한다는 원칙과 기본 서비스를 계속 무료로 유지하는 원칙을 지닌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라는 저자의 말은 콘텐츠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합니다.

음반 산업도 흥미롭습니다. 2000년대 초 음반업계에 불황이 닥치며 도소매점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음원 시장은 우후죽순 등장한 불법 플랫폼에 대응해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음원은 불법 시장을 통해 공짜처럼 유통되었고, 업계는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에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질서가 잡혔으나, 대가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 음반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비드 보위는 “음악이 수돗물이나 전기처럼 되어 간다.”라고 하면서, “가수라면 공연을 준비하라. 왜냐하면, 남은 건 그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위의 예언처럼, 음악은 이전의 음반 판매와는 다른 영역에서 더 큰 수익을 만듭니다. 저장 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콘서트 산업은 라이브 콘서트로, 음반 판매는 아이팟과 같은 플레이어와 음원의 결합으로 가치가 옮겨갔습니다. 즉,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파괴될 것 같던 산업이 기존 제품과 새로운 제품이 연결되어 오히려 가치의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편견을 깨는 또 하나의 사례는 넷플릭스가 펼쳐낸 드라마입니다. DVD 시장을 평정한 넷플릭스는 2008년,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겼습니다. 스트리밍이 DVD 배달보다 더 매력적인 사업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2008년은 DVD로 이미 1천만 가입자와 13억 달러의 수익을 냈던 해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숫자가 말하는 결과로는 2011년과 2012년 사이에 넷플릭스 시가총액의 85%가 날아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DVD와 스트리밍을 분리하며 가격을 올렸던 2012년 7월에는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고, 결국 고객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넷플릭스가 부활의 신호탄을 올린 것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 덕분입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같은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주가와 고객 수를 다시 원상복구 하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입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성공은 콘텐츠의 외부 조달이 아닌 자체 제작이라는 콘텐츠 전략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콘텐츠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나만이 제공하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편견이 곧 콘텐츠의 함정입니다. 콘텐츠는 다른 회사들이 모방하고 추격할 수 있어서 그 자체로는 성공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를 만든 이후 떠났던 가입자들을 다시 끌어들였고, 계속해서 외부 콘텐츠 수를 충분히 유지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안정적인 가입자 수가 유지되며 수입이 늘자 자체 제작에 더 많은 돈을 투자했고, 콘텐츠 구매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요인들이 연결되며 넷플릭스는 더 큰 힘을 얻었지만, 경쟁사들은 넷플릭스와의 가격 경쟁에 점점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즉,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넷플릭스의 의사 결정이 서로 연결되며 다른 조직이 모방하기 힘든 차별화를 만들어냈던 것이지요. 이것이 진정한 넷플릭스 성공의 동력입니다.


콘텐츠의 미래보다 콘텐츠의 재창조
<콘텐츠의 미래>는 콘텐츠로 성공한 기업들의 성공 원인을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합니다. 다만 다양한 사례를 접하다 보면, ‘과연 <콘텐츠의 미래>라는 제목이 적절한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콘텐츠의 연결이 거대한 기회를 열고 있다는 관점은 애플, 음반 산업, 넷플릭스 등의 사례만 봐도 이미 과거로부터 지속해온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Content Trap>, 콘텐츠의 함정입니다.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하리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와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라는 의미이지요. 이것이 콘텐츠의 미래가 될 것이다, 혹은 콘텐츠의 미래는 새로운 연결을 통해 창출된다는 논리는 원제가 가진 의미와 다소 거리감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에 담긴 가치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콘텐츠를 통한 기회의 창출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든 주제에 이 책의 사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플, 텐센트를 비롯해 아마존, 유튜브, 넷플릭스, 위키피디아, 이코노미스트, 칸 아카데미 등 인터넷과 디지털의 변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기업들의 생생한 전략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새로운 관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애플이 성공한 원인을 스티브 잡스의 혁신성에서 찾는 천편일률적 해석에서 벗어나 열린 콘텐츠 시장을 창조했다는 데서 찾는 시선은 신선합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콘텐츠의 미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연결하여 시장을 재창조해 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