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나서서 도시의 미래를 그리려면?

posted Feb 21, 2018, 9:13 PM by Sung Youn PAK   [ updated Feb 21, 2018, 9:18 PM by 박성연Pak Sung Youn]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미래는 누가 만들 수 있을까?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시민들은 너무 바쁘다. 일하느라 바쁘고,  공부하느라 바쁘고, 아이 돌보느라 바쁘다. 그런데,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2035년의 미래 도시상을 만들기 위해서 시민들이 모였다. 프로젝트명 '센트럴 시티 2035'.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센트럴 시티는 포틀랜드의 8개의 커뮤니티 중 하나로, 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윌라멧 강을 중심으로 북서, 남서, 북동, 남동 쿼드란트로 나눠져 있다. 18개월동안 약 2200명의 시민들이 디자인 워크샵에 참여해 컨셉을 완성하였다. 이 디자인 워크샵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달랐다. 

먼저, 참가자들이다. 워크샵 참여자는 반드시 4자가 함께 모이도록 했다. 도시계획국과 같은 행정, 지역주민, 지역상인과 같은 비즈니스, 병원이나 학교 같은 지역의 공공기관. 그리고 이 4자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였을 때 논의를 정리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전문퍼실리테이터가 진행을 맡았다. 디자인 워크샵은 사업 규모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매회 20-30명씩 참가하였다. 일반적인 도시 계획은 관에서 주도를 하면, 학교나 연구소에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의 도움을 받고 공청회를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형식이다. 그런데, 포틀랜드에서는 계획, 컨셉을 만드는 단계부터 시민들이 참여한 것이다. 

두 번째는 결과물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토론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사업 지역 지도에 그려 시각화한다. 회의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구체적이고 가시화된 스케치를 보고 다른 그룹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함께 검토하고, 이 아이디어들의 장단점과, 가능성, 과제를 분석해 디자인 원칙을 정리한다. 이렇게 완성된 스케치와 정리된 아이디어는 개발 컨셉이 되고 지역주민과 공유해 의견을 더 모은 후 개발 계획 초안에 반영되었다.  

세 번째는 결과물 그 자체, 바로 컨셉이다. 보통 미래 계획하면 7가지, 12가지, 20가지 계획들이 리스트업 된다. 들으면 다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래서, 대체 미래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가?'  도무지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이런 계획만 리스트업 하면 망한다. '한 마디로 무엇이냐?' 라고 물었을 때, 한 줄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이고도 본질적인 응축된 개념이 바로 컨셉이다. 포틀랜드의 경우에는 윌라멧 강으로 물리적, 심리적으로 분리된 지역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붕으로 연결한다는 의미의 '그린루프' 라는 컨셉을 도출하였다. 강 주변을 공원으로 연결해 자동차 진입을 금지시키고,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건강을 향상시킬 뿐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걷게 됨에 따라 비즈니스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자전거 출퇴근 등을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인프라와 도시형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그림을 그렸다.  

https://www.portlandoregon.gov/bps/47907

INSIGHT 
시민 참여, 국민 참여는 참 좋은 말이다. 너무 좋고,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실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과연 포틀랜드 관은 너무 시민 친화적이어서 처음부터 이렇게 시민을 참여시켰을까? 과연 포틀랜드 시민들은 너무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고 있어서 처음부터 이런 워크샵을 열기만 하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까? 문제는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그만큼 시작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민 참여'가 공허한 구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가 되려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최소한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하지 않는 것. 원래 눈을 뭉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처음 뭉치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말 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올해 '시민 참여'가 눈덩이처럼 커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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