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신년기획 / 세상을 바꾸는 손 안의 금융 ① ◆ ![]() 미국 저명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올해 정보기술(IT) 분야 10대 핫 이슈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 가운데 첫머리에 오른 것은 전자지갑이었다. 신용카드 등을 탑재한 스마트폰 지갑이 실제 지갑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구글 지갑(Google Wallet)`을 시장에 내놓아 큰 관심을 끌었다. 구글 지갑을 개발한 엔지니어 조너선 월은 당시 구글 지갑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월은 동영상에서 "휴대폰이 대체한 것들"이라며 유선전화기와 CD플레이어, 전화번호부 등을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지갑마저 내던진다. 광고 전단에 붙은 할인쿠폰도 휴대폰으로 터치하면 구글 지갑 안으로 쏙 들어오는데 왜 무거운 지갑을 쓰냐고 되묻는다. 전자지갑 등을 이용해 모든 금융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손 안의 금융`이 본격화하면 우리 삶은 크게 바뀔 게 분명하다. 한준성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본부장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이 결제 기능과 결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의료는 큰 변화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회사 일이 바빠서 병원에 가지 못했던 김 모씨(42)는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하나N 닥터 큐브`를 통해 의사와 화상으로 상담했다. 최씨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PC로 아픈 부위를 보여주고 사진을 찍어 보내고 상담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만족해 했다. 최씨 사례에서 보듯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한 원격 화상 상담은 지금 기술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여태껏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까닭 중 하나는 결제가 안 돼서였다. 화상 상담과 동시에 전자지갑 결제가 법으로 허용되면 원격 진료가 활성화될 게 분명하다. 스마트폰 검색 기능이 금융과 결합하면 유통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고객이 마트에서 스마트폰으로 제품 사진을 찍으면 가장 값이 저렴한 인터넷 상점으로 자동으로 연결될 수 있죠. 본인 확인을 거친 후 인터넷 상점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어떻게 될까요?" (정종필 신한금융 스마트금융팀 부장) 대형마트는 경쟁 관계인 인터넷 상점을 위한 제품 전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예상은 이미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품 QR코드를 찍으면 상점별로 가격을 비교하는 앱인 `레드 레이저`는 미국에서 8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홈플러스가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에 만든 가상 스토어는 유통과 금융이 결합한 초기 단계 사례다. 스마트폰으로 가상 스토어에 올려진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서 구매하면 집으로 제품이 배달되는 식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최 모씨(45)는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면 스마트폰을 열어 네이버의 부동산 앱을 켜곤 한다. 이 앱은 최씨의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해 근처 아파트 단지 매물 정보를 알려준다. 201동 중층에 3억원, 202동 고층에 3억2000만원 등 매물이 소개된다. ![]() 이 정도 기능만 해도 놀랍지만 최씨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최씨는 "관심 있는 매물이 나오면 즉시 은행원과 상담해 대출 여부를 묻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아쉽다"고 말했다. 최씨가 원하는 서비스는 지금이라도 네이버가 국내 은행 중 한 곳과 제휴만 하면 가능하다.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금융의 선두 주자인 호주 커먼웰스은행이 만든 `2013년 비전` 동영상에서 제시하는 미래 금융의 모습은 더욱 놀랍다. 현실 세계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 현실` 기능 덕분이다. 동영상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건설업체 임원이 등장한다. 어떤 대출 상품이 좋을지 고민하던 그는 태블릿PC를 켜고 주변을 한 바퀴 돈다. 태블릿PC는 근처 실제 건물들을 비쳐주면서 기존에 대출받은 기업 고객들을 검색한다. 화면 위로 여러 기업들이 받은 다양한 대출 상품의 내역이 뜬다. 임원이 그 내역을 클릭하면 이들 기업이 올린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대출 정보를 수집한 임원은 자신의 기업에 딱 맞는 상품을 선택한다. 손안의 금융은 재테크 지형도 바꿀 게 분명하다. 스마트폰으로 주변을 한 번 둘러보기만 해도 온갖 재테크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실제 주변을 찍은 화면 위로 여러 정보를 겹쳐서 보여준다. `동쪽에 사는 김씨는 A은행의 고정금리 대출 상품에 불만이 많다는 정보를 올렸구나. 서쪽에 사는 박씨는 B은행의 연금 상품이 좋다고 하는군. 남쪽에 사는 조씨는 C사의 펀드를 들라고 하는군….` 손안의 금융이 현대인의 삶을 바꿔 놓을 날이 머지않았다. [기획취재팀=김인수 차장 / 손일선 기자 / 한우람 기자 / 최승진 기자 / 서유진 기자 / 석민수 기자] --------- ◆ 세상을 바꾸는 손 안의 금융 / ② 금융·통신·포털 경제 파괴 ◆ ![]() #1. 직장인 M씨는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체크인`을 한다. 페이스북 앱은 M씨 주변에 있는 상점들의 목록을 띄워준다. 이 중 한 레스토랑에서 고객 한 명에 한해 2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한다. 가상 화폐인 `페이스북 크레딧`으로 이 상점의 바우처를 구입한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체크인 딜` 서비스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궁극적인 수익모델은 지급결제사업"이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2. "50달러짜리 기프트카드를 35달러에 판매합니다. `리트윗`을 해준 1000명에게만 한정됩니다." 한 업체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를 리트윗하고 이 회사 계정으로 메시지만 보내면 결제가 완료된다. `트윗페이` 서비스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 트윗페이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개인적으로 설립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면서 유명해졌다. ![]() 지급결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결제가 더 이상 금융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사, 통신사, 포털 사이트, SNS 사이트 모두 지급결제시장에 손을 대고 있다. 손안의 금융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이 모두 지급결제를 차세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생존 경쟁이 본업이 아닌 지급결제라는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휴대폰이 신용카드를 대체하고, 일반 화폐 대신 포털 사이트 등이 운영하는 가상의 화폐로 상품을 결제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들 업체는 각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종 신기술과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유통과 통신의 융합, 즉 모바일 커머스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주도하고 있다. ABI리서치는 미국 모바일 커머스시장이 2008년 363만달러에서 2010년 49억달러로 성장했다고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 중 모바일 쇼핑은 34억달러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미 일본에서 모바일 커머스는 인터넷 상거래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베이의 2010년 1월 1일과 12월 21일의 모바일 커머스 매출액을 보면 1월 1일에는 69만달러, 12월 21일에는 243만달러로 일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3.5배가량 증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그루폰` 등 위치 기반과 쇼핑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포털과 SNS 사이트들은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바일 커머스시장에 결제까지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과 금융의 융합도 `빅뱅`을 앞두고 치열한 주도권 확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NFC기술 도입으로 휴대폰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통신사, 포털, 스마트폰 제조사 간의 주도권 싸움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버라이존, AT&T, T모바일 등 미국의 통신사들은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조인트벤처인 `이시스`를 설립했다. 이들 통신사는 곧 모바일 신용카드도 발급할 예정이다. 애플도 NFC기술을 새로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으로 보고 있다. 상품을 구입할 때 NFC칩이 탑재된 휴대폰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아이폰 5에는 이 같은 NFC칩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역시 NFC칩을 내장한 휴대폰을 출시했고, 노키아는 지난해부터 출시되는 모든 N시리즈 스마트폰에 NFC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의 통신반도체 제조사인 브로드컴은 NFC의 선두업체인 이노비전을 인수했고, 비자카드도 NFC를 이용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지갑 휴대폰`이라는 브랜드로 온ㆍ오프라인이 연계된 모바일 금융 서비스가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정착돼 있다. 일본의 모바일 e머니시장 규모는 1조7000억엔(약 23조원)에 육박하며, 이 중 NTT도코모가 2005년 선보인 전자결제 서비스 `iD`는 1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독보적인 1위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실장은 "NFC기술 그 자체보다는 이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응용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금융ㆍ통신ㆍ유통의 융합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NFC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바일 결제가 더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안의 금융 발달로 산업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국 모바일카드 `거북이걸음` ◆ 카드사ㆍ통신사는 주도권 잡으려 들지 금융위ㆍ방통위ㆍ지경부 사공도 많으니 한국 역시 통신과 금융의 융합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에 참여했고, KT가 BC카드를 인수하면서 통신ㆍ금융 융합은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다. 또 국내 주요 카드사와 통신사 등이 참여한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Grand NFC Korea Alliance)가 지난해 출범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일이 진행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와 통신사들이 각자의 이익을 주장하느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속도가 해외 경쟁자들만큼 빠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공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모바일카드 사업에는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등 3개 부처가 관계돼 있다. 게다가 통신사와 카드사 모두 주도권 싸움을 하다 보니 일관성 있는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업에 참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별도로 회의를 하다 보니 기업들도 NFC시장에서 어떻게 사업을 해야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NFC 결제단말기 구축 비용도 걸림돌이다. 누가 비용을 낼지에 대한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제단말기는 NFC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읽고 결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단말기는 대당 20만원 정도다. 가맹점주들이 추가로 비용을 들여 결제단말기를 구축하는 것은 부담이다. 전국 약 200만개의 가맹점에 결제단말기를 설치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 부담을 놓고 카드사와 통신사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획취재팀=김인수 차장 기자 / 손일선 기자 / 한우람 기자 / 최승진 기자 / 서유진 기자 / 석민수 기자] ------------ ◆ 세상을 바꾸는 손 안의 금융 ③ ◆ ![]()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신무기를 장착한 스마트한 고객들을 직면하고 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스마트한 모바일 기기로 무장한 스마트 소비자들을 맞는 기업들의 현실을 진단한 말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졌다. 손안에 쥔 스마트폰 덕분이다.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강력한 검색기능으로 최적 제품을 찾아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제품에 대한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다. 이들을 `슈퍼스마트 소비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스마트폰에 온갖 금융기능을 집어넣은 `손안의 금융`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날개를 달았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결제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슈퍼스마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소비자 행동을 파악한 족집게 서비스 제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카드사인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는 지난해 7월 `링크(Link) 라이크(Like) 러브(Love)`라는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 교보문고에서 책을 본 뒤 모바일기기로 주문하는 스마트 소비자. <김호영 기자> 고객은 마음에 드는 의류 브랜드나 식당 체인을 발견하면 스마트폰에서 이 앱을 열어 `라이크`를 클릭한다. 그러면 아멕스에서 해당 의류 브랜드나 식당 체인의 할인 정보 등을 페이스북을 통해 받게 된다. 스마트폰 등으로 할인 정보를 받은 소비자는 매장을 방문해 아멕스카드로 결제하면 그만이다. 이 같은 앱을 통해 아멕스는 소비자가 어떤 옷을 즐겨 입고 어떤 식당 체인을 주로 이용하는지 `소비자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족집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톱 컨설턴트 25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솔 버먼 IBM글로벌 비즈니스 부사장은 "고객의 행동을 고려한 차별화된 서비스 대신 막연히 대중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업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족집게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 카드사들이 대중을 상대로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경우 앞으로 심각한 비용 상승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는 잘 쓰지 않으면서 온갖 혜택만 누리는 `체리 피커` 소비자가 되는 것도 너무나 쉽다. 스마트폰에 `온동네 할인, 타운스퀘어` `체리 피커` 등 카드 혜택 관련 앱을 깔면 금세 `체리 피커` 소비자가 된다. 앱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원하는 업종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할인 혜택과 가까운 상점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해도 할인 정보가 화면에 훤히 나타난다. 위치기반과 증강현실기술 덕분이다. 기업들이 슈퍼스마트 소비자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자사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경쟁 업체 서비스까지 포함한 넓은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고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업에 대해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의 피터 레드샤크는 "하나의 포털을 통해 결제, 자산관리, 금융정보관리 등 개인금융관리를 한번에 해결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기기의 앱은 해당 금융회사의 상품만 취급했지만 슈퍼스마트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다른 업종이나 경쟁사 상품도 포괄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기업들은 계열사의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그룹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뱅킹, 카드, 증권거래, 보험, 자산운용 등 계열사의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신한금융그룹 통합앱`을 출시했다. ■ <용어설명> 슈퍼스마트 소비자 :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저렴하면서도 최적인 제품을 찾아내고,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편리하게 결제하고, 상품에 대한 평가를 SNS 등으로 활발하게 전파하는 소비자다. [기획취재팀=김인수 차장 / 손일선 기자 / 한우람 기자 / 최승진 기자 / 서유진 기자 / 석민수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