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1-당신옆자리 김대리의 창의력이 더 크다.

posted Jul 21, 2011, 10:49 AM by Sung Youn PAK   [ updated Jul 21, 2011, 10:54 AM]

IT산업에 대해서 완전히 문외한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애플을 꼽을 것이다. 2011년 애플 매출액은 또다시 전년 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매출액이 약 80조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만간 삼성전자 매출액을 초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평균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의 3배에 가까운 약 30%대라는 사실은 애플의 창의성을 입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은 가장 창의적인 기업일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창의성과 창의적 사고 수준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창의성이란 주어진 사안과 상황에 대해 독창적이면서도 가치가 있는, 그리고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세스나 산출물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제시할 수 있는 사고력을 말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창의적인 제품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 사고 수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데 창의적 사고에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방법에 따라서 서로 다른 5가지 수준이 있다.

우선 가장 초보적 형태의 창의성은 두 개 개체를 단순 결합(Combination)하는 기법으로, 예를 들어 연필에 지우개를 부착하거나 혹은 겉감과 속감 색깔을 다르게 결합하는 양면외투와 같은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세 개 이상 개체를 단순히 결합하는 기법(Combination Plus)으로, 빨간색, 검은색, 파란색 볼펜을 하나로 묶어서 하나의 종합 볼펜으로 만드는 것이 그 예이다.

세 번째는 두 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통합(Integration)하는 기법으로, 연필과 만년필 속성을 통합하여 샤프펜슬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는 세 개 이상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통합(Integration Plus)하는 기법으로, 연필, 색연필, 전기적 속성을 통합하여 다양한 색깔로 필기를 할 수 있는 전자펜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적 사고력은 개별 개체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변환(Transformation)시키는 기법으로, 씹어서 먹는 우유를 만드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다른 IT기업들에 비해서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판매 시장에 음악, 영화, 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아이튠스와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판매 기능을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즉 애플이 판매하는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해야만 한다. 그런데 애플이 사용하는 이런 전략들을 창의성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창의적 사고 수준 5가지 레벨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단순 결합(Combination)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는 오히려 정반대로 한국 기업들이 애플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창의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교육강도(Education Intensity)이기 때문이다. 교육강도라는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에서 2등이라고 말한다면 아마 많은 한국 학부모들이 통곡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IQ는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2002년 세계 185개 국가를 대상으로 IQ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일본과 홍콩에 이어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IQ가 높은 나라다. 기본적인 자료들만 고려해 보아도 한국이 혹은 한국 기업들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한국 창의성을 스스로 저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창의성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의성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지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첫째, 많은 사람이 창의성은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창의성은 지식 수준, 교육, 훈련을 통해서 개발되는 후천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다
  • 둘째, 개인 창의성은 대부분 어린 시기에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창의적 사고능력을 개발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지식 수준이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시절이다
  • 셋째,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혹은 조직 수준에서 보유하고 있는 창의성을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혹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창의성 평가 기법은 매우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아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기업 관점에서 한국이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 관행들이 창의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창의적 인재보다는 상사에게 순종하고 조직에 충성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희생하는 부하들이 승진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 보완해야 하는 요인은 다양성이지만,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이나 제도는 불행히도 다양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못하다.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변신과 변화가 자유로워야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조직 구조와 제도들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애플과 같은 기업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창의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전환이 가장 급선무다. 
  •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숨어 있는 창의적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바꾸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