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graham의 스타트업론

posted Jan 18, 2013, 8:31 AM by Sung Youn PAK   [ updated Jan 18, 2013, 8:31 AM]

스타트업 = 성장

By Paul Graham

2012년 9월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게끔 만들어진 회사를 말합니다. 새로 설립된 회사라고 다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기술을 다루거나, 벤처 투자를 받거나, 일종의 “매각”이 발생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오로지 성장입니다. 우리가 스타트업하면 떠올리게 되는 다른 모든 것은 성장에서 도출됩니다.

여러분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이 점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아주 어렵기 때문에 핵심을 놓치고서 성공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여러분이 쫓아야 하는 건 성장이란 걸 알아야 합니다. 좋은 소식은, 성장을 하면 다른 건 얼추 들어 맞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결정에 있어서 성장을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레드우즈 (Redwoods)

명백하지만 우리가 종종 놓치는 구분이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해서 다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거죠. 미국에서 매년 수백만 개의 회사가 탄생합니다. 이 중 극소수만이 스타트업이죠. 대부분은 식당, 미용실, 수리공과 같은 서비스업입니다. 이런 업체들은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타트업이 아닙니다. 미용실은 빠르게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컨데 검색 엔진이라면 가능하죠.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게끔 만들어진 회사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입니다. 첫째는 그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콩나물과 레드우드(역주: 소나무과의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묘목이 다른 운명을 가진 것처럼, 스타트업이 본질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게끔 만들어진 회사들을 일컫는 “스타트업”이란 별개의 단어가 존재합니다. 만약 모든 회사들이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그 중 일부가 운이 좋아서 혹은 창업자들의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면, 별도의 단어가 필요하진 않을 겁니다. 그냥 엄청 성공적인 회사와 덜 성공적인 회사라고 부르면 되겠죠. 하지만 사실 스타트업은 여타 비즈니스와는 다른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은 운이 억수로 좋고 성실한 창업자들이 차린 미용실이 아닙니다. 구글은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급속도로 성장하려면 큰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합니다. 구글과 미용실의 차이가 바로 그겁니다. 미용실은 규모에 한계가 있습니다.

회사가 아주 커지려면, (a)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서, (b) 그 사람들 모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미용실은 (a)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머리는 다들 잘라야 하니까요. 다른 자영업자도 마찬가지지만, 미용실의 문제는 (b)입니다. 미용실에 직접 가야 하는데 아주 멀리까지 갈 사람은 별로 없겠죠. 만약 실제로 온다고 해도 손님으로 다 받을 수 없겠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건 (b)를 풀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a)에 발이 묶일 수도 있습니다. 헝가리어로 티베트어를 학습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이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달하겠지만, 그 수는 얼마 안 될 겁니다. 그렇지만 중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스타트업의 영역이라 할 수 있겠죠.

대부분의 사업체는 (a) 또는 (b)의 제약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차별점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아이디어

모든 면에서 통상적인 사업보다 스타트업을 하는게 나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기왕 사업을 할거라면, 가장 잠재력이 큰 쪽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문제는 시장이 (상당히)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헝가리어로 티베트어를 배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경쟁은 별로 없을 겁니다. 중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혹독한 경쟁을 해야 할겁니다. 어마어마한 열매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통상적인 회사를 제약하는 점이 한편으로는 회사를 보호합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죠. 미용실은 같은 동네 미용실이랑만 경쟁하면 됩니다. 검색 엔진을 만들면 전세계와 경쟁해야 됩니다.

통상적인 사업이 가진 제약은 경쟁을 막아주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의 구상도 어렵게 만듭니다. 어떤 동네에 바를 오픈하면 그 지역성이 성장 잠재력과 경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사업의 정의도 내리게 됩니다. 동네 + 바 는 작은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공식입니다. 동네라서 보호받지만, 동네를 넘어서지도 못합니다.

반면에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면 퍽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시장성이 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는 가치가 크기 때문에 왠만한 건 이미 존재하죠.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이미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사람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분야에 발을 들여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적을까 했습니다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그런 식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보통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차별성을 가진 창업자들이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아마 나중에 한걸음 물러서서 되돌아보면, 모두의 사각(死角)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해서 그 분야에 착실하게 매진해 왔다는 걸 깨달을 겁니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이 탄생한 시점에서는 이러한 혁신에 대해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적인 창업자들의 차이는 다른 문제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에 능숙하고 그 기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특히 좋은 조합입니다. 왜냐하면 기술은 너무 빨리 변해서 이전에 별 것 아니던 아이디어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아이디어가 되니까요.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기 개인용 컴퓨터를 갖고 싶어 했습니다. 1975년에는 드문 문제였죠. 하지만 기술의 변화가 그 문제를 훨씬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워즈니악은 컴퓨터를 갖고 싶어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만들 줄 알았습니다. 그가 스스로를 위해 풀었던 문제의 답이 이후 애플이 수백만 명의 문제를 풀어주는 해답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이 개인용 컴퓨터가 큰 시장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이미 애플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구글도 비슷한 뿌리를 가졌습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웹을 검색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과는 달리 현존하는 검색 엔진이 더 개선될 수 있다는 점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았죠. 이후 몇년 동안 웹이 커져서 검색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기존 알고리듬의 한계를 인식을 하면서 그들의 문제가 모두의 문제가 됩니다. 애플의 경우처럼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달을 때 이미 구글은 자리를 확실히 잡고 있었습니다.

이건 스타트업 아이디어와 기술의 연관성 중의 하나입니다. 한 분야의 급속한 변화가 다른 분야의 큰 문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거죠. 변화는 때로는 진전이고, 바뀌는 것은 문제의 해결여부 입니다. 이게 바로 애플이 있게 한 변화죠. 칩 기술의 발전 덕분에 스티브 워즈니악이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구글의 경우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웹의 성장이었죠. 여기서 바뀐 것은 문제의 해결여부가 아니라 크기였습니다.

스타트업과 기술의 또 다른 연관성은 스타트업이 무언가를 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방식은 넓은 의미에서 새로운 기술입니다. 스타트업이 기술적 변화에 의해 생겨난 아이디어로 시작하면서 좁은 의미의 기술(“첨단기술”이라고도 했죠)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내면 이 두 가지 연관성을 혼동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연관성은 분명히 다르며, 원칙적으로 스타트업이 기술적 변화나 좁은 의미의 기술에 의하여 시작되어야만 하는것은 아닙니다.

성장률

스타트업이라고 여겨지려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해야 할까요?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스타트업”은 특정 선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향을 향해가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면 이미 시작입니다. 단순히 회사를 차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따라서 앞서 언급했던 귀한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선언에 불과하죠.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배우가 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배우 또한 어느 선을 넘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을 향해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웨이터로 시작할 수도 있죠.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공한 배우가 되겠지만, 성공해야만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진짜 질문은 얼마나 빨리 성장해야 스타트업이냐가 아니라, 성공한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느냐 입니다. 창업자들에게 이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질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느냐를 물어 보는 것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대개 세 시기를 겪습니다:

  1. 스타트업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찾으면서 성장이 더디거나 없는 최초의 시기가 있습니다.
     
  2. 스타트업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법을 알아내면서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3. 결국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커다란 기업이 됩니다. 내부적인 한계와 회사가 고객으로 하는 시장의 한계 때문에 성장 속도는 더뎌지게 됩니다.

이 세 시기를 합치면 S자 곡선이 됩니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두 번째, 즉 상승기입니다. 그 길이와 기울기가 회사가 얼마나 커질지를 결정하게 되죠.

이 기울기가 바로 회사의 성장률입니다. 모든 창업자가 반드시 항상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수치가 있다면 바로 이 성장률입니다. 이게 스타트업의 평가기준입니다. 이 숫자를 모르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처음에 창업자들을 만나서 성장률이 얼만지 물어보면, 가끔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매월 백 명 정도의 신규 고객이 유입됩니다.” 이건 비율이 아닙니다. 신규 고객의 절대적인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대비 얼마나 많은 비율의 신규 고객이 들어오는 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매월 같은 숫자의 고객이 신규로 찾는다면,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Y 컴비네이터에서는 주단위로 성장률을 잽니다. 데모 데이까지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타트업들이 작업물에 대해 사용자로부터 일찍, 자주 피드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YC에서는 주 5-7% 정도면 괜찮은 성장률입니다. 주당 10%면 대단히 잘하고 있는 겁니다. 1% 정도밖에 안되면 아직 뭘 해야 할지 파악이 안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성장률 중 측정하면 가장 좋은 것은 매출 신장률입니다. 아직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다음으로 좋은 것은 실사용자 수입니다. 스타트업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매출은 실사용자 수의 일정 배수가 될 확률이 높으므로 매출 증가세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나침반

우리는 보통 스타트업들에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 성장률을 정하고, 매주 이 목표 만큼만 달성하게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만큼만” 입니다. 주 7% 성장을 목표로 하고 그 수치가 달성되면 그 주는 성공한 겁니다. 더이상 할 일이 없는거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유일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걱정을 해야합니다.

프로그래머들은 이게 뭔지 알겁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걸 일종의 최적화 문제로 바꾼 겁니다. 최적화 코드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종류의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겁니다. 최적화 코드는 존재하는 문제를 그대로 두고 좀 더 적은 시간이나 메모리를 쓰도록 바꾸는 겁니다. 프로그램이 뭘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더 빠르게만 만드는 겁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는 일종의 퍼즐이 되고, 사람들은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이를 풀어내곤 합니다.

성장률 달성에 집중함으로서 스타트업을 시작한다라는 말할 수 없이 복잡한 문제가 하나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목표 성장률을 통해 모든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목표 성장률을 이끌어 내는 모든 행위는 그 사실 자체로 옳습니다. 이틀동안 컨퍼런스에 가야 할까? 프로그래머를 한 명 더 뽑아야 할까? 마케팅에 더 집중해야 할까? 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할까? 어떤 기능을 추가해야 할까? 목표 성장률 달성에 도움이되는 게 정답입니다.

주단위의 성장률로 성과를 판단한다고 해서 일주일 이상 멀리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주의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는 고통을 경험하게 되면 (유일한 목표인데 달성에 실패했으므로), 앞으로 그 고통을 겪지 않게 할 것을 무엇이든 찾게 됩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프로그래머를 뽑겠죠. 이번 주의 성장률 달성에는 도움이 안되겠지만, 한 달 뒤에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서 사용자가 늘 수 있겠죠. 하지만 조건은 (a) 사람을 뽑는데 드는 노력이 이번주 성장률 달성을 방해하지 않고, (b) 새로운 사람을 뽑지 않고는 지속적인 목표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심히 걱정이 될 경우입니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안하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생각하는 겁니다.

이론적으로 이런 식의 최적화를 통해 스타트업이 곤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목표만 달성하고 마는거죠.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매주 성장률을 달성하는 과정이 창업자들을 행동으로 이끕니다.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는 성공을 좌우합니다. 전략을 짠다고 앉아 있는 것은 십중팔구 일종의 게으름입니다. 오히려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창업자들의 직관은 본인들의 생각보다 뛰어난 편입니다. 또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라는 공간이 무 썰듯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좋은 아이디어는 더 좋은 아이디어에 닿기 마련이니까요.

성장을 위한 최적화의 놀라운 점은 이 과정을 통해 실제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발견한다는 겁니다. 성장에 대한 욕구를 일종의 진화에 대한 압박으로 활용하는 거죠. 어떤 처음의 기획에서 시작해서 예를 들어 10%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 기획을 계속 바꿔나간다면, 처음 생각과는 많이 다른 회사가 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10%씩 성장하는 무언가는 처음에 생각한 아이디어보다 좋을 확률이 거의 확실합니다.

여기에 자영업과의 유사성이 있습니다. 어떤 동네에 위치했다는 제약이 바(bar)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었듯이, 특정한 성장률로 성장한다는 제약이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처음에 가졌던 비전을 쫓는 것보다는 성장률 달성이라는 제약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과학자들이 처음의 가설이 맞기를 바라며 좇는 것보다 진실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요. 리처드 파인만이 자연의 상상력이 인간의 상상력보다 위대하다고 한 것은, 여러분이 발견하는 진실을 쫓다보면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더 멋진 것을 발견할 거란 의미였습니다. 스타트업에게 성장이란 진리와도 같은 제약입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모든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적어도 성장이라는 믿음의 결과물입니다.

가치

매주 몇 퍼센트씩 꾸준히 성장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발견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가치있는 것을 찾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미래를 예상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주간     연간
   1%     1.7배
   2%     2.8배
   5%   12.6배
   7%   33.7배
 10% 142.0배

매주 1%씩 성장하는 회사는 1년에 1.7배 성장하지만, 주 5%씩 성장하는 회사는 12.6배 성장합니다. 월 1000달러를 버는 회사(YC 초기에 보통 이정도가 많습니다)가 주 1%씩 성장한다면 4년 뒤에는 월 7900 달러 정도를 벌게 됩니다. 괜찮은 프로그래머가 실리콘 밸리에서 받는 월급도 안 되죠. 5%씩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었다면 4년 뒤에 2천5백만 달러를 벌게 됩니다.

우리 조상들은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별로 경험하지 못했나 봅니다. 우리의 직관은 여기서 별로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죠. 급격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창업자 자신들도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장률의 작은 차이가 질적으로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게 스타트업이라는 별개의 단어가 존재하고, 스타트업이 보통의 회사들이 하지 않는 투자유치나 인수합병 같은 것을 하는 이유입니다. 기묘하게도 이 차이가 수많은 실패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얼마나 가치있을 수 있는지를 고려하면, 기대값 개념을 이해하는 누구라도 실패율이 높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가 일억달러를 번다면, 성공할 확률이 단 1%라 하더라도 기대 가치는 백만달러가 됩니다. 그리고 충분히 유능하고 똘똘 뭉친 창업자들이 성공할 확률은 아마 1%보다는 훨씬 높을 겁니다. 예를 들면 젊은 시절의 빌 게이츠 같은 사람에게는, 아마 성공할 확률이 20% 혹은 어쩌면 50% 정도까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게 별로 놀랍지 않죠. 효율적인 시장에서 실패한 스타트업의 수와 성공의 크기는 비례하는 게 맞습니다. 성공의 크기가 매우 크므로 실패도 큰 것이죠.

이게 무슨 의미냐하면,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을 하고, 그러한 헛된 노력을 “스타트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그리 신경쓰이는 일은 아닙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배우나 소설가와 같은 직종과 마찬가지죠. 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익숙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특히 보통의 사업을 하는 분들이 언짢아하는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에만 모두 주목합니다. 대부분이 망할 텐데도 말이죠.

하지만 한걸음 물러나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아마 분이 좀 풀리실 겁니다. 그들이 착각하는 것은 사례적 증거를 바탕으로 평균이 아닌 중앙값으로 판단을 한다는 거죠. 중간(median)에 있는 스타트업을 가지고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논제 자체가 사기처럼 보일겁니다. 왜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자가 투자를 하는 지를 설명하려면 거품이라는 말이 필요할 겁니다. 하지만 중앙값이 아닌 평균값의 결과를 보면, 왜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좋아하고, 평균적인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거래

왜 투자자는 스타트업을 그렇게 좋아할까요? 왜 돈을 버는 건실한 사업보다 사진을 공유하는 앱에 투자를 하려고 할까요? 이유가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모든 투자의 잣대는 위험 대비 수익입니다. 스타트업은 이 잣대로 봤을 때 어마어마하게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안겨줍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보편적인, 느리게 성장하는 사업은 위험과 수익 모두 낮기 때문에 위험 대비 수익이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VC들은 고성장 회사에만 관심이 있을까요? VC들은 자본을 돌려받음으로서 수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스타트업의 IPO를 통해서, 혹은 그게 안된다면 인수합병을 통해서죠.

자본 수익을 얻는 또다른 방법은 배당입니다. 왜 평범한 회사에 투자해서 이익의 일부를 배당받는 분야에서는 벤처 캐피탈 산업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사기업을 소유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수익을 빼돌리는 것이 너무 쉽기 때문이죠. (예를들어 납품 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장부상 비싼 가격에 부품을 사들인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회사는 수익이 별로 안 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말이죠. 배당 소득을 얻기 위해 사기업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회계 장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VC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익만이 아니라 투자 후 관리감독이 쉽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를 따돌리고 창업자만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죠.

왜 창업자는 VC들의 돈을 원할까요? 다시 한번, 성장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성장 사이의 제약은 상호 충돌적으로 작용합니다. 성장성이 높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성장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런 아이디어가 있지만 빨리 성장하지 못하면, 경쟁자들이 그렇게 할 겁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분야에서는 특히 느리게 성장하는 것이 위험한 데,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사가 시작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현재 이익이 나거나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받곤 합니다. 수익이 나는 회사의 주식을 가치가 더 높아지기 전에 파는 게 미련해 보일수도 있지만, 보험에 드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수익이 나는 스타트업이라면 자체적인 매출만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천천히 성장하는 것이 조금 위험하겠지만, 망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한편 VC들은 스타트업, 특히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망합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스타트업이라면 미치지 않고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투자를 제안받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VC가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성공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그렇게 높은 성장률만큼 가치있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어떤 회사들은 정말 그렇게 됩니다.

거의 대부분의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인수 제의도 받을 겁니다. 왜? 스타트업이 어떻길래 다른 회사들이 인수하려고 할까요?

원칙적으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주식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과 똑같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가치있기 때문이죠. 예를들어 eBay가 Paypal을 산 건 잘한 일이죠. 인수 후 매출의 43%, 그리고 아마 그보다도 큰 성장이 Paypal을 통해서 나왔으니까요.

인수자들이 스타트업을 원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가치있을 뿐 아니라 위험합니다. 계속 성장하면 인수자의 사업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수는 일정 부분 공포의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수자가 스타트업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위협받지 않더라도, 경쟁사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걱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타트업은 인수자에게 양면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인수자는 일반적인 투자자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곤 합니다.

이해

창업자, 투자자, 인수자라는 조합이 일종의 생태계를 구성합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서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때로 어떻게 일이 그렇게 잘 풀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음모론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조상들이 자연의 완벽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처럼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조정하는 숨은 일당 같은 건 없습니다.

만약에 인스타그램이 가치가 없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한다면, 마크 주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도록 시킨 실세가 있다는 설을 내세워야 할겁니다. 마크 주커버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명제가 귀류법적으로 거짓이라고 할 겁니다. 그는 인스타그램이 가치있고 위협이 된다고 생각해서 인수를 진행했고, 그러한 가치와 위협은 성장에서 나왔습니다.

스타트업을 이해하려면 성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성장이 모든 것을 움직입니다. 스타트업이 주로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이유도 성장입니다. 급격하게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는 최선의 방법은 변화를 통해서 실행이 가능하게 된 것들을 찾는 것이고, 기술은 급격한 변화의 가장 좋은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을 시도하는 현상을 경제적으로 합리화하는 것도 성장입니다. 성공한 회사의 성장 후 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높은 위험을 감안해도 기대 가치가 높은 겁니다. 성장은 벤처 캐피탈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 이익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이 배당금을 통해서 수익을 얻는 것보다 수월하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벤처 캐피탈의 자금을 받는 이유도 성장 때문입니다. 투자를 통해서 스스로 성장률을 선택할 수 있게 되니까요.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빼놓지 않고 인수 제안을 받는 것도 성장 때문입니다. 인수하는 입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는 가치있을 뿐만 아니라 위협이 되기도 하니까요.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이 성공의 원인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성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여러분이 진짜로 하고 있는 것은 (일부 사람들은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여러분 모두가 다들 정말 하고 있네요) 일반적인 기업이 해결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겁니다. 급격한 성장을 만들어내는 귀한 아이디어를 찾겠다고 나서는 겁니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찾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은 여러분이 여태까지 발견한 것의 합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에 견줄 수 있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풀겠다고 딱 정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문제가 풀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무언가를 발견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말하자면 경제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대부분 별 대단한 발견을 못하지만, 어떤 사람은 상대성을 발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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